천문학

우주 기후 변화: 행성 궤도의 미세한 변화가 만든 과거 지구의 빙하기

aiboom 2025. 8. 18. 23:00

 

밀란코비치주기와 행성운동

 

 

지구의 기후는 단순히 대기 중 탄소 농도나 태양 활동에 의해서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수십만 년에 걸쳐 반복된 과거 지구의 빙하기와 간빙기는 태양계 내 다른 행성들의 움직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는 **밀란코비치 주기(Milankovitch cycles)**로 설명되는 지구 궤도의 미세한 변화가 장기적인 지구 기후 변동의 주요 원인임을 시사한다. 이 주기는 지구의 기온을 상승 또는 하강시키며, 거대한 빙상이 형성되거나 녹는 과정을 주도했다.

 

밀란코비치 주기, 지구 기후의 조용한 지휘자

 

밀란코비치 주기는 지구의 공전 궤도, 자전축의 기울기, 그리고 자전축의 세차 운동 등 세 가지 천문학적 요인이 수만 년 주기로 변화하며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을 조절하는 현상을 말한다. 유고슬라비아의 과학자 밀루틴 밀란코비치(Milutin Milanković)는 20세기 초, 이 주기들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으로 정립했다. 이 주기의 변화는 지구의 계절적 태양 복사열 분포를 바꾸어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패턴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 요인은 **이심률(eccentricity)**이다. 지구의 공전 궤도는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 형태인데, 이 타원 궤도의 찌그러진 정도가 약 10만 년 주기로 변한다. 궤도가 더 타원형이 되면 태양에 가까워질 때와 멀어질 때의 태양 복사열 차이가 커지고, 이는 지구 전체의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는 **자전축 경사각(obliquity)**이다. 지구의 자전축은 약 21.5도에서 24.5도 사이를 약 4만1천 년 주기로 오르내린다. 경사각이 커지면 고위도 지역의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져, 계절적 대비가 극명해진다. 마지막으로 **세차 운동(precession)**은 팽이가 회전하며 비틀거리는 것처럼 지구의 자전축이 약 2만6천 년 주기로 원을 그리는 현상이다. 이는 지구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시점(근일점)과 가장 멀리 떨어지는 시점(원일점)이 연중 어느 때에 발생하는지를 결정하며, 이는 계절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

 

행성들의 궤도 간섭과 지구의 기후

 

밀란코비치 주기는 단순히 지구 자체의 움직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들, 특히 목성과 토성과 같은 거대 행성들의 중력은 지구의 공전 궤도에 미세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 행성들은 질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들의 중력이 지구의 궤도에 주기적인 섭동(gravitational perturbation)을 일으킨다. 이 섭동은 지구의 궤도 이심률을 변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목성과 토성은 서로 약 20년 주기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데, 이들의 중력적 상호작용은 지구 궤도의 이심률에 약 40만 년 주기의 변화를 유발한다. 이러한 행성 간의 중력적 상호작용은 지구의 기후 변화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며, 과거 빙하기의 시작과 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지질학 교수 로버트 파머는 "행성 간의 궤도 공명 현상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예측 가능한 신호를 보낸다"며, "이러한 우주적 요인들이 지구의 기후를 조율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우리는 이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과 우리의 역할

 

현재 지구는 밀란코비치 주기의 영향으로 서서히 온난화되고 있는 간빙기 상태에 있으며, 수만 년 후에는 다시 빙하기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는 자연적인 주기에 따른 장기적인 변화이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급격한 기후 변화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주된 원인이다. 밀란코비치 주기는 수천 년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진행되는 반면, 현대의 기후 변화는 불과 100~200년 만에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밀란코비치 주기를 통해 과거 기후의 원인을 이해하는 동시에, 현재의 기후 위기가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자연적인 주기가 지구 기후의 '장기적인' 방향을 결정한다면, 인간의 활동은 '단기적인' 급변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인 문제로, 두 가지를 분리하여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자연적 변화와는 별개로, 인류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자료

  • 밀란코비치 주기(NASA Earth Observatory)
  • 지구 기후 변화의 장기적인 요인과 밀란코비치 주기(네이처 Geoscience)
  • 빙하기가 찾아오는 원리: 밀란코비치 주기 (YTN 사이언스)
  • 행성 궤도의 미세한 변화가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 (사이언스)
  • "Milankovitch cycles"의 진실(로버트 파머, 일리노이 대학교)
  • 기후 변화의 원인과 메커니즘: 밀란코비치 주기와 태양 활동 (국립기상과학원)